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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공부법/수능 국어 공부법

수능 국어 제대로 100점을 향해가는 공부법

by 수능도사 2021. 1. 2.

-1.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제 주관적인 생각을 담고 있는 문서입니다. 

누구와의 논쟁을 위해서, 토론을 위해서 만든 문서가 아닙니다. 

생산적이든 아니든 상관없고, 필요도 없습니다. 

제 이야기를 그냥 들어주시고, 아니다 생각하시면 그냥 지나가 주세요.

 

 

 

 

0. 나의 수험 생활.

 

안녕하세요, 2021*입니다. 

앞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주셨던 글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저는 언어에 재능이 없는 유형의 수험생입니다.

국어도 국어고, 영어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 제게는 일상이고 흔한 일이었습니다.

 

현역이었던 19수능 때 이것저것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화작문에서 박살이 났고, 그나마 비문학과 문학에서도 어정쩡하게 푼 문제들을 운 좋게 다 맞은 덕에 3등급을 받았습니다.

 

재수 때는 조금 나아졌습니다. 읽는 방식을 수정했고, 1등급 판별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시험만 치면 1컷에 걸치거나 2등급 끝자락에 걸쳤습니다.

 

삼수하면서 태도를 조금씩 고쳤고, 괴상한 실수만 하지 않으면 1등급은 안정적으로, 그리고 100점을 노리고 시험을 치는 수험생으로 바뀔 수 있었습니다. 11월부터는 남들 다 박살나는 시험에서도 95점 이상은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수험생활을 마치는 걸 기념하며, 대단한 건 아니지만 제가 국어 공부를 한 방식이 여러분들의 고민을 풀어드릴 수 있을까 싶어 글 써봅니다.

 

 

 

 

 

1. 내가 공부한 방식

 

현역 때는 국어 공부를 많이 하긴 했으나, 제대로 한 적이 없었습니다. 

매삼비와 마닳을 시작으로 검더텅 빨더텅을 무작정 풀었고, 채점하고 감상하고 말았습니다.

제 시험지에 밑줄이 있는 건 찾아보기 힘들었고, 밑줄이 있다면 모든 문장에 다 그어져 있었습니다.

정확한 방법론도 없었고, 그냥 읽고 풀기만 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눈치가 생겨 그저 ‘맞을 것 같은 선지’를 계속 찾아다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재수를 시작하면서 저는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국어를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 읽기 방식을 고칠 수 있을까하고 고민했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마침 좋은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독해에 기호를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의를 말하는 것엔 「」표시를 해줘라.’라는 말씀을 듣고, 무작정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연도와 시대, 그리고 인물을 말하는 것에는 동그라미를, 이론과 세계관들에는 네모를 쳤습니다.

 

기출을 보고 또 봤습니다. 지루해질 때까지 봤습니다.

그 덕에 성적이 한 번 비약적으로 올라왔습니다. 읽는 데 조금은 확신이 생겼죠.

 

그럼에도 겉도는 느낌은 여전히 지울 수 없었습니다.

성적은 1컷에서 높은 2가 꾸준히 나와주는데, 너무 답답했습니다.

그렇게 수능을 치니 역시 1컷 점수가 딱 나왔습니다.

 

 

삼수를 시작하면서, 국어를 더 이상 제 불안 요소로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문제일지 고민을 해봤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이거에요. 

 

그 동안의 나는 시험을 치며 문제는 풀었지만, 문학이든 독서든 그냥 읽어내지를 못 했구나.

겉도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내가 텍스트를 읽는 능력이 정말 부족했기 때문이구나.

 

그런 결론을 갖고, 피램을 접했습니다. (광고 아닙니다. 대깨피 맞습니다.)

신세계가 따로 없었습니다. 

 

독서 지문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화제에 집중하며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했습니다.

밑줄? 신경 안 썼습니다. 기호는 그대로 가져갔지만, 제가 지나간 독서 지문은 새카맸습니다.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지문을 보기 좋게 남기는 거보단, 밑줄 쳐가며 읽는 행위 자체에 집중했습니다.

구조 그런 거 몰라요. 

그냥 문제 상황이 보이면 강조를 하고 해결과정이 나올 것을 예상했고, 과정이 나오면 화살표로 연결했고, 증감에 따른 인과관계가 나오면 위아래로 화살표를 그어가면서 체크했습니다.

그러면서 내용 자체를 최대한 기억하는 연습을 했어요.

기출로 한두 번 연습하고 나선 뭐든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막판엔 기출 위주로 봤지만 2주 전까지만 해도 간쓸개와 구주연마 트레이닝북, 실모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기억하자. 기억하자. 화제는 뭐였지? 이 얘기는 왜 나온거지? 그래 기억하자.

 

이 얘기는 이따 상세하게 해줄 거 같은데, 다른 얘기를 먼저 하는구나.

 

흠, 세분화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부분이네, 문제 풀 때 집중해서 봐야겠다.

 

어 이건 아까 그 단어랑 연결되는 문단이네, 연결해놔야지.

 

 

계속 중얼거리면서 읽었습니다.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 그리고 내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직접 중얼거리는 게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더군요.

지문에서 움직일 방향을 생각하고 고민하세요.

막히면 다시 보고, 끊임없이 읽어내고 고민하는 연습을 하세요.

 

 

 

 

2.문법

 

문법은 기본 개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 번에 정리를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아요.

이투스 방동진 선생님의 문법 강의를 저는 정말 잘 이용했고, 고등학생 때 어정쩡하게 배웠던 것들을 잘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방동진 선생님의 강의를 들어라 이런 말은 아니에요.

다른 선생님의 문법 강의를 듣든, 어떤 개념서를 붙잡고 독학을 하든 중요한 거는 복습입니다.

마지막 개념 하나하나까지 그 강사가, 그 책이 알려준 사실을 체화할 때까지 보고 또 보세요.

기출 문제나 시중에 문법 문제집을 풀면서 내가 배운 사실을 기억하고 풀어내는지를 점검하세요.

 

지구과학 복습법 관련해서 칼럼을 쓴 적이 있는데, 복습하실 때 비슷한 방식으로 이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링크는 여기 있습니다. [3달 안에 지구과학1 점수, 등급 올릴 수 있는 공부법 : https://orbi.kr/00031484633]

 

머릿속에 한 번 각인이 된다면, 일단 잊어버리기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고, 만에 하나 잊어버려도 다시 회복하기가 정말 쉽습니다.

각인시킨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그 때까지만 버티고 계속해서 복습하세요.

'나는 문법이 완벽해'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요.

이 정도로 학습하신다면, 문법에서 타격을 받는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3.독서

 

독서는 '경향'이라는 게 꾸준히 있어왔고, 제 느낌으로는 지금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읽어내야 제대로 풀 수 있다'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아무리 길고긴 지문이 나오고, 보기도 싫은 <보기>들이 설치고, 선지에서 미친 듯이 날뛰어도 같습니다.

평가원이 수능에서 요구하는 것, 그리고 그 본질은 당신이 '읽어내는 것'이에요.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는 문제를 푸는 것보단 '텍스트를 읽는 연습'을 했습니다.

기출을 다시 봤어요.

 

처음엔 거시적으로.

해당 문단에서 어떤 말을 하고 싶어했는지,

어느 정도 파악이 됐으면 내가 화제를 찾아내었는지,

그리고 그 화제에 입각해서 읽었는지를 확인했어요.

문단 간에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를 체크하고

마지막으로 글의 흐름을 나 스스로 구성할 수 있는지 점검했습니다.

 

다시 보면서는 미시적인 부분까지.

어떤 단어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해야 글을 조금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는지,

어떤 문장을 잡았어야 글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을 수 있는지,

뜬금없어 보이는 문장이 있다면 왜 끼어들어왔고 무슨 역할을 하는지 파악해봤습니다.

문장마다 모두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해본 적이 있었어요. (이건 좀 오래 걸리기도 하고 어렵더군요..)

 

이런 방식으로 3-4번을 읽고 또 보고 다시 확인하면서 2-3달을 보냈습니다.

마지막에는 읽으면서 내가 이 지문으로 문제를 낸다면 어디서 어떤 유형으로 낼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이미 문제를 다 알고 있어도 상관없어요. 추가로 더 만들어낼 필요도 없습니다.

 

사후적인 행위라도 좋으니, 문제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면서 읽어보세요.

예측하면서, 문제 풀이에 필요해 보이는 부분들을 조금 더 강하게 기억하는 것을 연습해보세요.

그리고 지문을 읽으면서 내가 해야하는 행동의 방향과 상황별 대처를 상세하게 기준으로 만들어 보세요.

지문을 보는 눈과 독파해내는 힘을 확 길러줄 겁니다.

지문 전체를 모두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이렇게 연습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중요한 부분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연습을 거치고 나서는 뭐든지 닥치는 대로 풀었습니다.

문제도 풀었지만 내가 세운 기준을 만족시켰는지를 점검하면서 읽었어요.

각자 다르겠지만 제가 일단 생각나는 거만 적어놓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화제를 잡았는가?

 2. 인물, 시대, 이론, 정의 등에 내가 정한 기호를 모두 사용하였는가?

 3. 정보량 등에 흔들리지 않고 집중을 잘 했나?

 

이렇게 기준을 잡고 읽어나가면서 지키지 못한 것에 '왜?'라는 질문과 '어떻게?'라는 질문을 했어요.

 

 화제를 놓쳤지?

 이 단어에는 내가 기호를 사용하지 않았지?

 이 부분에서 흔들렸지?

어떻게 하면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지?

 

대책을 세우고 하나씩 점검하면서 독서할 때 행동 양식을 잡아나갔어요.

이렇게 차근차근 잡아나가다 보니 나중에는 지문을 읽는 것도 훨씬 수월해졌고, 이해하기도 쉬웠습니다.

문제를 풀 때도 훨씬 확실하게 풀 수 있었죠.

나중에도 말씀드리겠지만,

시험장에서 당신을 붙잡아줄 수 있는 건, 흔들리고 부서지는 내 멘탈이 아니라, 내가 습관화해놓은 생각들과 자연스럽게 출력되는 행동들이에요.

 

결론은 하납니다.

 

'정말 제대로, 그리고 많이' 읽어보셔야 합니다.

 

 

 

 

4. 문학

 

문학의 갈래는 정말 다양합니다.

소설, 시, 극, 수필, 시나리오 그리고 다시 현대와 고전... 정말 많아요.

각각의 특징 또한 천차만별로 다릅니다.

각각을 다 상세하게 공부해야 하냐고요?

 

문학은 최근 들어 강화되는 추세라 제가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제 답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입니다.

 

<보기>를 잘 읽고, 내가 아는 해당 갈래의 특징을 바탕으로 주인공에게 잘 공감하고 특별한 표현을 골라내면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고전으로 갈수록 갈래의 특징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끝입니다. 사실은. 더 얘기하면 사족이에요.

 

정말 실망스러우시겠지만, 문학은 정말 많이 보는 놈이 이깁니다.

누가 더 공감을 잘 하는지, 누가 더 상황을 잘 파악했는지, 그리고 해당 사오항이 어떤 맥락에서 지문에 포함된 건지를 선지는 물어봐요.

우리는 여기서 '보편적인 것'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근거를 다른 데서 끌어오는 건 잘못된 겁니다. 오로지 지문에서, <보기>에서 끌어오는 겁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정말 보편적이지 못 한 것은 평가원에서 물어보지 못한다는 거예요,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 작품에 대해서 여러 교수님들과 학자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무엇이 맞는지 토론한다는 거 정도는 알아요. 그리고 어느 정도는 해석의 다양성이 인정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수험생에게, 기껏해야 초, 중, 고등학교 수준의 문학만을 공부했을 수험생들에게 깊은 문학적 해석을 물어본다고요?

말도 안 됩니다.

정말 표면적인 판단으로 선지를 골라낼 수 있게 줄 것이고, 깊게 들어간다면 <보기>에서 언급을 해줄 겁니다.

여기까지 아까 질문에 대한 '틀리다'는 입장의 답변입니다.

 

다만, 아까 말씀드렸듯이, 많이 보는 놈이 이기는 건 확실합니다. 이게 기출에 국한된 건 아니에요.

가능하다면, 시간이 허락해준다면, 단편 소설이어도 좋고 시라도 좋으니 많은 작품을 접하세요.

수특에 굉장히 많은 작품들이 나옵니다.

수특에 발췌된 부분도 제대로 안 읽고 문제 풀 때만 보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저는 최소한 그런 부분이라도 

'작품으로서'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전문을 다 읽는 것입니다.

 

외울 필요도 없고, 읽어야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도 없어요.

그냥 재미있게 읽으세요. 주인공에게 열심히 공감하고, '아니 얘는 왜 이래?'하면서 읽어보세요.

저는 올해 수험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여러 수특에 수록된 소설들(고전 포함)과 시들을 읽었어요.

완장도 전문으로 읽어봤는데 정말 재미있더군요.

 

'수험생인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있을까요?'라고 질문할 수 있을 겁니다.

차고 넘쳐요. 제가 하지 못 했다면, 여러분에게 해보라고 권유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정말 시간 많습니다. 점심 저녁 때 밥 먹으면서 읽으세요.

쉬는 시간인데 공부하기 힘들 때 읽어보세요. 나름의 활력소가 되어줄 겁니다.

그리고 이 경험이 시험을 칠 때 당신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결론은 문학도 같습니다.

 

'정말 제대로, 그리고 많이' 읽어보셔야 합니다.

 

 

 

 

5. 시험지의 운영과 연습 

 

처음 시험지를 운영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문제들을 그냥 풀면 되지 뭘 운영이라고까지 표현하나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실모를 풀면 풀수록, 각종 모의고사를 보면 볼수록 든 생각이 있습니다.

'체계적인 풀이 순서'와 '어떤 문제에 힘을 실었는지 파악하는 눈치'가 있어야 시험지를 수월하게 풀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운영 방식을 정해놓은 사람은 같은 실력을 가지고도 더 나은 성적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저는 시험지를 받으면 1페이지부터 16페이지까지 쭉 풉니다. 단 한 문제도 그냥 거르지 않습니다.

(이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제 성격이 조금 섬세하지 못해서 특정 영역별로 골라서 풀다보면 빠뜨리는 게 많아서입니다. 

빠뜨린 경험이 있으시면, 영역별로 찾아가면서 푸는 것보단 앞장부터 끝까지 푸는 걸 연습하시는 게 좋습니다.)

 

넘어갈 때는 넘어가더라도, 마지막 순간에 내가 풀지 못 했을 때 어떠한 선지를 고를지 정도는 정해놓습니다.

기억하셔야 합니다. 넘어가도 좋아요. 하지만, 최소한 읽어보고 넘어가세요.

그냥 넘어가고 싶으시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만, 시험장에서 80분은 그리 길지만은 않습니다.

더군다나 못 푼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을 때, 80분의 압박감은 실로 엄청납니다.

나중에 풀지 못한 문제로 돌아왔을 때 극한의 튕김 현상이 생길 수 있어요.

그런 일이 만에 하나라도 발생하면 그냥 풀어보지도 못하고 틀리는 겁니다. 그러면 억울하잖아요.

미리 봐두면 여러모로 한결 나을 겁니다.

 

본격적으로 시험지 운영을 얘기하기 전에 기본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시험지의 운영은 가장 먼저 '시간에 입각해서' 이뤄져야 합니다. 자신의 기준점을 만드세요.

저의 기준점은 '30번을 풀 때 30분이 남는가'였습니다.

올해 실모를 기준으로 보통 26(혹은 27)~30번까지의 독서 지문이 많았던 것 같아요.

30번이 포함된 지문으로 들어가면서 한 번 시간을 확인해주고, 30분이 남는 타이밍 안쪽으로 끊어냈습니다.

그 뒤로는 '한 문제당 2분 이내로 풀면 된다'라고 생각하면서 풀어나갔어요.

이 방식이 통하면 여유롭게 시간 계산을 하며 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법칙은 아니에요.

 

시간 관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딱딱 떨어지면 좋지만, 그러기엔 시험지 안에 변수가 너무 많아요.

내년 수능에서 수험생들의 발목을 잡을 부분이 지문형 문법 문제일지, 화작 4-7번세트일지, 독서의 <보기>문제일지, 전반적인 난이도 조절 실패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19수능 때, 제가 얻은 교훈입니다.

시간에 매달려서 푸는 것은 효율도 좋지 못할뿐더러, 유연한 대처를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당시 기조로 퍼져있었던 것이 '15번까지 15분컷'이었고, 어떤 강사분은 '무조건, 무슨 일이 있어도 17분 이내에 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걸 철저하게 받아들인 수험생들의 결과는 여러분도 알다시피 대체로 참담했죠.

올바른 태도는 분명히 아닌 듯합니다.

 

시간 관리에 있어서, 여러분이 그것에 얽매일 필요는 조금도 없습니다.

기준점이라고 한 이유도 그겁니다. 결국엔 80분만 맞추면 돼요.

기준점을 맞추려고 노력하되, 그것에 묶이진 마세요.

대신, 체계적인 순서는 지켜야 합니다.

 

시험지 순서대로 풀지, 화작문 독서 문학 순서대로 풀지, 화작문 문학 독서의 순서로 풀지는 자신의 자유입니다.

저는 시간 관리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에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순서대로 푸는 것이 가장 좋았고, 여러분에게도 추천합니다.

강조하지만, 이 부분은 자기가 많이 경험해보고 제어가 가장 잘 되는 방향을 골라 선택하는 것이 최고입니다.

그리고 순서를 정해놓았다면, 변칙적인 플레이는 조금 자제해야 합니다.

수능장에서도 돌발행동은 높은 확률로 독이 되니까요.

 

시간 관리를 하면서 중요한 것이, '넘어갈 순간을 잡아내는 것'입니다.

당신이 엄청난 국어 천재, 국어 황이라 어떤 짓을 해도 시험을 치면 10분이 남고 출제자가 어떤 함정을 파도 100점을 받아낸다면 그냥 하던대로 하세요. 제가 더 말씀을 드릴 수 없는 수준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분이 아니라면, 지금부터 하는 얘기를 특히 잘 들으셔야 합니다.

시험지를 운영하면서 기본이 되는 건 시간 관리이지만, 그 속에 내포된 것은 '난해한 것을 잘 넘기는 것'입니다.

고득점을 받는 누구나 한 시험지의 모든 문항을 쉽게쉽게 풀어내진 못합니다. 적어도 제 경험상으론 그래요.

 

이게 되게 추상적인 부분이라 세밀한 가이드라인은 못 드립니다만, 난해한 문제는 눈치를 챌 줄 알아야 해요.

딱 보는 순간 알아채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문제를 풀어보면서 '아 이 문제는 체급이 상당히 높네'하는 느낌을 알아야 합니다.

눈치를 채고 적당히 답을 골라놓고 미리 넘어간다면 그만큼의 시간과 멘탈을 보전할 수 있지만, 이 눈치가 없으면 시간은 시간대로 물 흐르듯이 흘러나가고 멘탈도 산산히 깨질 수 있습니다.

보통 그런 문제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지 못 했을 때 더 복잡한 경우가 많은데,

당신이 어느 정도 통달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미 흥분한 상태에서 이를 풀어내기는 더 어렵습니다.

 

실모의 역할이 여기서 중요해집니다.

세트형 모의고사를 풀면서, 중요한 건 복기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링크는 여기 있습니다. [국어 실전 모의고사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 https://orbi.kr/00032455967]

지금 시간이 부족할 시기는 아니니 한 번 참고해주세요.

풀면서 시간 관리를 연습하시고,

복기하면서 모든 지문과 문제를 아는 상태에서 어떤 문제를 적당히 보고 넘겨야했을지를 고민하세요.

사후적인 해석이 도움이 굉장히 많이 될 겁니다.

나중에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풀면서도 쉽게 이건 나중에 봐도 되겠다는 판단을 세울 수 있을 겁니다.

 

이게 많이 중요합니다.

실모와 6평, 9평의 궁극적인 목적이 결국엔 시험지 운영 방식의 정립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수에 신경을 쓸 이유가 단 한 개도 없습니다. (물론 잘 나오다가 떨어지면 어느 정도 분석은 필요하긴 합니다..)

 

시험지의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해보는 것'입니다.

어떤 방식이 좋아보인다면, 일단 해보세요. 내게 맞는 방식인지 직접 부딪치고 확인해보세요.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고 옳다고 주장해도, 당신에게 맞지 않는다면 좋은 방식이 아닙니다.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을 말씀드리긴 했지만, 결국 중요한 건 스스로 찾아낸 적확한 방법입니다.

어떻게 할지를 많이 고민하고 행동을 수정하는 건 언제나 좋습니다.

습관화해야할 행동과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하는 수칙들을 만들고 연습하세요.

 

시험장에서 당신을 붙잡아줄 수 있는 건, 흔들리고 부서지는 내 멘탈이 아니라, 내가 습관화해놓은 생각들과 자연스럽게 출력되는 행동들이니까요.

 

 

 

 

6. 수험기간의 단계

 

 

출발) 생각의 틀 잡기.

 

수험생의 신분으로 우리는 국어 공부를 괜히 하는 게 아닙니다.

목표는 명확해요.

'대학수학능력시험 1교시 국어 영역 고득점'

이를 부정하긴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이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우리는 생각의 틀과 논리 구조 등을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기출을 보는 겁니다. 이 기간에는 다른 거 보지 말자고요.

미숙하더라도 기출로 수능 국어 공부를 시작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일단 평가원의 생각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문학 영역에서는 이게 중요해 보입니다.

평가원에서 허용하는 해석의 틀이 있는 것 같으니까요.

기출을 풀고 분석하면서 그 논리 구조들을 스스로, 어느 정도 머릿속에 넣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초반에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과정이에요.

 

 

중간) 훈련하기.

 

기출로 평가원에서 글을 판단하는 틀을 어느 정도 숙지했다면, 피지컬을 올릴 단계입니다.

재료는 뭐든 상관없습니다. 간쓸개, 한수달도 괜찮고, 어떤 실모든 그냥 푸세요.

기출은 가끔, 아니면 하루에 조금씩 보세요. 이전에 말씀드린 읽는 연습, 기출 지문들로 하셔도 괜찮습니다.

 

'이거 할 수 있을까요?', '이만큼은 좀 많지 않나요?'라는 생각이 들 만큼 시간을 퍼부으셔야 합니다.

제 폼이 드라마틱하게 올라올 수 있었던 건, 결국 '틀을 갖춘 양치기'에 있었습니다.

기출에서 요구하는 틀에 맞춰 읽고 판단하다 보면 이상한 게 많습니다.

사설이니 그냥 넘기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넘길 때도 내 시간이 아깝지 않게 넘겨야 해요.

일단 문제에 큼직하게 표시하고 어떤 영역에서 어떤 유형의 문제를 틀렸는지 옆에 써놓으세요.

그 문제에서 묻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본 다음, 혹시 오류가 있다면 스스로 논리적으로 찾아낸 후,

그 때 넘겨도 늦지 않습니다. 복습은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한 번 할 때 제대로 보세요.

 

저는 이 기간 동안 여러 실모들, 한수달, 간쓸개 등으로 연습했습니다.

하루에 2시간에서 많게는 4시간 정도씩, 분석까진 안 했지만 많은 지문들을 읽었고 문제들을 풀었습니다.

마지막 기간에는 구주연마의 서 트레이닝북과 간쓸개를 병행했어요.

정말 많았지만 다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마지막에 구주연마 트레이닝북은 그 날 못하면 걸렀습니다.

 

지루하고 힘들어요. 장담합니다.

그런데, 이 짓을 3-4달 계속, 꾸준히만 하면, 트이는 순간이 오리라 확신합니다.

저도 해낸 거, 남들이 못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끝) 돌아보기.

 

파이널 기간이 되면,

정말 제대로, 그리고 많이 읽어보고 연습했다면, 자신의 실력을 꽤 많이 올린 상태일 겁니다.

이 상태에선, 앞으로 더 나아가는 것과 함께, 내가 밟아온 자취를 돌아보는 게 효과가 아주 좋았습니다.

 

일단 기출을 다시 꺼내서 봤습니다.

훈련하는 동안 가볍게 본 거처럼 보는 것도, 처음처럼 철저하게 분석하면서 보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다시 새로운 지문 대하는 것처럼 봤어요.

저와 같은 방식으로 수험 기간을 보내시면 이미 학습된 상태이니 이게 엄청나게 버겁지는 않을 겁니다.

이 시기에 기출과 사설 지문의 비율을 5 : 5 정도로 가져갔습니다.

다만 이때는 사설을 이전에 말씀드린 거처럼 철저히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화나게 하는 지문이나 선지가 있으면 다 풀고 채점하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넘기세요.

생각을 여러 번 해봤는데 결론이 안 나면 그냥 덮어뒀어요. 그게 평가원스럽지 않은 걸 어떻게 해요?

 

기출은 여러번 이미 본 것들이니 빠르게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한 번 다 점검을 하고, 다시 복습을 하면서 사설들을 다 다시 봤습니다.

아, 물론 모든 지문과 선지들을 분석한 건 아니에요. 그럴 시간도 없었고요.

내가 어떤 영역에서 많이 틀렸고, 어떤 유형에서 자주 실수를 하거나 잘못 생각했는지를 점검했습니다.

이렇게 쭉 회상하듯이 봤어요.

 

이렇게 돌아보면서, 사설 지문에는 미련을 가지고 집착할 필요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냥 틀렸던 것도 다시 보면서 이해가 안 되면 버리세요.

수능장에 들어가기까지 우리가 코드를 맞춰야하는 것은 사설의 기준이 아니라 평가원의 생각입니다.

기출로 돌아보고 성찰해보세요.

사설을 돌아볼 때는 틀을 잡고 나서 연습할 때 내가 놓치고 흔들렸던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많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겁니다.

 

 

 

 

7. 마무리

 

수험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중요한 건 멘탈관리일 듯합니다.

안 깨지는 거도 중요하지만, 깨졌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정말 중요해요.

2021수능을 치면서, 저는 사실 파본 검사 도중 정철의 사미인곡을 보고 멘탈이 나갔습니다.

'6평에 나왔던 작가인데? 왜 또 나왔지?' 이런 질문이 계속 떠오르다보니, 온전하게 멘탈을 유지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그 이유로 시험을 망치진 않았습니다. 

 

화작 첫 지문이 읽히지 않았지만, 1분 정도 심호흡하면서 여유를 두고 천천히 다시 봤습니다.

임기응변으로 이것을 해낸 게 아닙니다.

평소에 정확하게 그런 상황과 같은 경우를 마주친 적은 없어도, 저는 멘탈이 깨졌을 때 심호흡하는 연습을 했었습니다.

사실은 정말 어려워요. 그 순간에 차분해지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막혀서 눈앞이 하얘지는 순간, 중얼거리세요. 이건 연습 아니면 하기 힘듭니다.

 

"크게 숨쉬자. 차분하게 생각하자. 천천히 다시 보면 풀릴 거야."

 

잘 안 될 거예요, 처음엔.

책상에서 시험을 보는 경우가 많을텐데, 이걸 해보고 싶다면, 눈에 잘 띄는 곳에 크게 써놓고 붙여보세요.

그리고 막히는 순간 고개를 들고 볼 수 있도록, 한 번 해보세요.

이게 저에겐 아주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어떤 순간에, 무엇 때문에 막히든, 그것 때문에 시험을 망치는 일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수능장은 여러분이 겪어온 그 어떠한 시험장보다 압박감이 클 거예요. 

이러한 연습을 한다고 여러분이 그 곳에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게 사실이지만, 이런 연습을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의 심리적 안정감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겁니다.

어떤 문제를 풀든, 어느 모의고사를 풀든, 당신의 멘탈이 그것에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보세요.

 

그리고 수능 전, 가능하다면 제가 한 번 더 말씀드리겠지만,

중2스러운 말들을 뱉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전날부터 수고한 자신을 격려하고 파이팅을 불어넣어주세요.

자신의 노력에 확신이 있든 없든, 이런 말 한 번 해주세요.

 

"수능, 넌 끝났어 ㅋㅋ"

 

자신감을 가져요. 결국엔 멘탈싸움이에요.

시험을 치고 나서도 하루가 끝날 때까지 당신은 100점입니다. 당당하세요.

수능날 당신의 멘탈은 아주 중요해요. 안 깨지면 베스트고 깨져도 빠르게 수습할 수 있어야만 해요.

제가 처음으로 제가 하지 못한 걸 하라고 하는 겁니다. (연습은 했지만 결국엔 못 했네요.)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에요.

국어 시간은 괜찮았지만, 시험을 다 치고 난 뒤, 저는 진짜 큰일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문제없이 잘 봤지만, 평소와 달랐던 건 사실이니까요.

그 덕분에 멘탈이 많이 흔들리고 깨졌고, 그걸 수습하지 못하고 수학 시험을 쳤습니다.

변명이지만 다 풀고도 어이없는 것들을 잔뜩 틀려서 원하던 대학은 눈앞에서 날렸어요.

그래도 점심시간을 지나며 어느 정도 수습을 해 뒤의 시간들에선 그래도 선방할 수 있었습니다.

 

30분 이내에 멘탈을 회복하는 연습, 많이 하세요.

수능장에서 멘탈이 안 깨지는 건 어려워요. 깨졌을 때 쉬는 시간 내에 회복하는 걸 열심히 연습해야 합니다.

저처럼 연습을 했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잘 되는 게 아닙니다.

수능 직전 최소 한 달 정도는 수능 시간표를 앞에 붙여두고, 그 시간에 맞춰 공부를 하세요.

그리고 실모를 친다면, (정말 많이 강조하는 것이지만) 멘탈 관리에 각별히 유의하면서 하루를 보내세요.

 

약간의 과장을 더하면, 수능 시험에는 하나의 영역이 더 있는 겁니다.

'멘탈 관리 영역'

제일 어려운 영역이에요. 여기서 망하면, 다른 영역들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수능장 가서 뜬금없이 망하는 친구들이 대부분 이 영역에서 망친 겁니다.

연습하고 훈련하세요.

이렇게 마무리하세요.

 

'입력'이 충분히 잘 됐다고 하더라도, '출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우리를 인정해주지 않아요.

당장 저만 해도, 남부끄럽지 않게 수험생활 잘 보냈지만, 

성적표가 나온다면 그 누구도 그걸 알아주진 않을 겁니다.

출력을 똑바로, 제대로, 알차게 하는 연습을 합시다.

 

7개의 항목들을 지나오며 많은 것들을 말씀드렸는데, 도움이 됐을지 모르겠습니다.

도움 되셨길 바래요. 파이팅하시고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이걸 보신 모든 수험생들의 국어 성적에 미미한 도움이라도 되셨길 다시 한 번 바라면서, 이 길고 길었던 칼럼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orbi.kr/0003390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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