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때 수학 3점짜리 3개 실수로 재수를 결심했다
아무에게도 안일어날듯한 실로 병신같은 일이 나한테 일어났다
개 ㅈ같아서 정시 원서고 논술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학원부터 알아봤다
다른 과목은 그나마 사람같이 봤기에 강남대성에 들어갈수 있었다
재수를 사작한 첫 날 새벽 강남역의 매연같은 아스팔트 향은 심리상태와 어우러져 특유의 ㅈ같은 매캐함을 유발했다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비속어 없이 이 느낌을 뭐라 설명할 길이 없다
진짜 네이버 사전에 좆같다라고 치면 가장 먼저 뜨는
그거랑 그나마 비슷해 보인다
강남역에서 좀 걸어가니 학원 건물이 보였다
많아 봐야 200명 남짓 들어갈만한 5층 건물에 2000명이 넘게 들어간단다
교실을 찾아가보니 학교 교실의 절반도 안되는 교실에 60명이 꽉차있었다
아침 8시부터 그 ㅈ만한 교실에서 오후 3시까지 수업이 이루어졌고 자습은 밤 10시까지 이어졌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재종에 처음 들어간 사람들의 반응은 항상 같았다
나중에 2월달에 나보다 늦게 들어간 애들의 반응도 이보다 일관될순 없었다
그냥 학원 딱 나오는 순간 자살해야지 생각밖에 안든다
집에 가야지도 아니다 자살해야지다
대학이고 뭐고 그냥 생을 바로 마감하고 싶어진다
번화가 중심에 있는 학원에서 물밀듯 쏟아져 나오는 2000명의 학생들 사이에 있다보면 별별 생각이 다 든다
당시 내 상황에대해 누군가의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실수에 무감각했던 나 자신에게 있다고 믿었다
아무리 머저리 같은 짓이여도 결국은 내 업보라고 생각했다
그냥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래도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좀 적응이 됐다
그 뒤로 별 다른 짓 안하고 걍 묵묵히 할 일만 했다
코로나땜에 별일이 다 있긴 했는데 내가 공부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칠건 없었다
첫 일주일은 제외하면 딱히 힘들다라고 억지로 떠올리진 않은거 같다
뭐 다들 하는 짓인데 내가 무슨 숭고한 일을 하는것도 아니고 주접떨게 뭐있나 싶었다
그렇게 묵묵히 지내다보니 6,9평도 금방 지나갔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아쉬운 부분이야 없진 않았으나 그정도면 납득하고 대학에 갈 정도였다
그리고 10월이 지나면서 슬럼프 한 번 겪고 개떡상했다
그러다보니 행복회로에 기름칠이 오지게 됐다
별별 설레발을 다 쳤다
만약 의대 점수 나오면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연고대중 어디가 더 좋지 등등 진짜 개병신 같은 망상만 골라서 했다
수능 전날까지만 해도 뇌 상태가 그랬다
1교시 국어가 끝났을때도 그랫고
문제는 수학이었다
나를 재수하게 만든 근본 원인인만큼 1년동안 강박에 가까울만큼 실수 안하는거에 집착했다
와 근데 실수 여부를 따지기 전에 문제가 이따구로 나올지 상상도 못했다
내가 킬러로 나와도 맞출수 있다 장담할정도로 자신 있었던 ㄱㄴㄷ, 삼도극, 무등비 죄다 3점짜리에 쳐박혀있었고 정작 준킬러에는 자연수 분할 노가다랑 본 적도 없는 경시대회식 문제, 뜬금없는 다항함수 미분 가능성, 정수조건 노가다 등등 6,9평에서 본적도 없는 씹노근본 나형식 문제들만 즐비했다
여기서 멘탈이 터졌다
진짜 고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뽐낼수 있어야 하지만 태어날때부터 수학이랑 담쌓은 재능인 나는 그정도가 아니었다
미친듯이 머리 굴려가며 킬러 빼고 다 풀긴 했는데 검토를 못했다
근데 아무리 검토를 안했어도 2,3,4점짜리 골구로 실수할줄은 몰랐다
3×3=2+3+4라 결국은 현역때랑 똑같은 짓을 한거다
9평이랑 비교하면 3등급이 떨어졌다
여기까지면 그나마 본전인데 현역때랑 달랐던 유일한 점은 멘탈이 터져버려 과탐 2개도 같이 ㅈ박았던 것이다
결국 나는 수험생활 하면서 역대 2번째로 낮은, 재수 시작하고 가장 낮은 점수를 수능때 받고 말았다
수능 전날까지 설레발의 극치를 보여주던 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만큼의 충격을 받았다
망칠수는 있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건 존나 선을 넘었다
걍 존재하지 않는 가능세계인줄 알았다
남은건 그나마 논술이었는데 최저 못맞춘것들이랑 수능 전에 납치라고 ㅈㄹ하면서 시험보러 안간거 제외하면 몇 개 남지도 않았다
9평 끝나고 내가 원하는 대학을 논술로는 절대 못갈것 이라는 생각에 원서도 개대충 쓴 것이다
어떻게든 논술 시험을 보면서 한 달동안 방구석 폐인으로 지냈다
사람이 무서웠다
사람이 무서워서 남녀노소 할거 없이 모든 지인들의 연락을 씹었다
물론 내 주변에 내 점수를 문책할 정도로 썩어문드러진 인성의 소유자는 없다
다 좋은 사람들뿐이다
근데 그냥 사람 자체가 무서웠다
지나가던 사람도 술취해서 비틀거리는 사람도 칼들고 쫒아 오는 사람도 걍 시발 다 무섭다
만약 용기를 내서 누구를 만난다 해도 그 사람한테 민폐일거 같았다
내가 사람을 만나 뭘 해봐야 머저리 같은 신세한탄과 주접 떨기 말고는 뭘 하겠는가
민폐를 끼칠바엔 걍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게 모두를 위해 좋은것 같았다
그건 지금도 그래 보인다
어찌어찌 하다가 논술 2개를 각각 예비 1번이랑 5번을 받았는데 설마 시발 아무도 안빠질줄은 몰랐다
미친새끼들이 떨어트리려면 빨리 떨구던가 희망고문 존나게 좋아하는거 같다
1에서 4차까지 추합 발표가 있었는데 그 한 번 한 번이 수능 조진거랑 같은 급의 충격을 몰고왔다
이쯤 되면 누구 잘못인지 모르겠다
지금 상황에 내 책임이 어디까지 있는지 참 의문이다
내가 수험생활 하면서 억지로 눌러놓는 생각들이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객관적으로 나 열심히 했는데?'
원래 저게 수험생에겐 엄청 위험한 생각이다
안주하는 그 순간이 퇴보의 순간이다
뭘 해도 다 내탓으로 돌려야한다
아니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밥먹는 시간이랑 인강듣는 시간 빼고 하루에 10시간 남짓 매일 공부했는데 이게 내 노력이 부족해서 결과가 이런건지는 의문이 든다
그게 과연 내탓인건가
원래 인생 다 그런거다라고 하면 할 말 없겠지만 그래도 이건 시발 너무한거 아닌가
대학이 인생에서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는 요소이고 더군다나 요즘같은 세상에선 취업에 지장될거 아무것도 없는거 매우 잘 안다
근데 그거랑 별개로 적어도 내가 노력한 만큼만 보상을 받고 싶었다
내가 뭐 기적이나 로또를 바란것도 아니고 걍 내 실력만큼만의 결과를 원한건데
그게 되게 대단한거 였나보다
시발
이젠 삼수도 자신 없다
부모님이 반대하는걸 떠나서
2번 조졌는데 3번이라고 안될거 뭐있겠는가
결정적으로 이젠 나도 너무 지쳤다
단 한 번이라도 그 많고 많았던 기회들 중에서 단 한 번이라도 결과물이 주어졌다면 이렇게 무력하진 않았을성 싶다
이대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과는 전공이 삶을 결정한다. 기로에 선 당신에게 (0) | 2021.01.03 |
---|---|
2022 수능 대비 인강 패스 비교! (메가스터디, 대성마이맥, 이투스, 스카이에듀) 어떤 패스가 최고일까? (0) | 2021.01.03 |
문과에서 이과로 전과해서 11121 등급 나온 후기 (0) | 2021.01.02 |
집념의 5수 서울대 정시 합격생의 평가원 모의고사 활용법 (0) | 2021.01.02 |
21수능 지구과학1 50점의 사설모의고사 후기 (1) | 2021.01.02 |
댓글